수성에 대하여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는 가장 작다. 명왕성이 행성으로 인정 받던 시절에는 가장 작은 행성이 아니었지만, 2006년 8월 24일부로 명왕성은 행성으로 인정 받지 못하게 되면서 수성이 가장 작은 행성이 되었다. 지구와는 비교도 안 되게 상당히 작은 행성으로, 총 질량이 지구의 5 % 수준이지만 밀도는 지구의 98 % 정도로 거의 같다. 태양계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 중 가니메데, 타이탄은 수성보다 크기가 크고 칼리스토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수성의 밀도가 훨씬 높아 수성의 질량은 가니메데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수성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37.7 %밖에 안 될 정도로 약하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체중이 100 N 나가는 사람이 수성에 가면 겨우 37.7 N밖에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수성의 크기와 질량을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많이 큰 편이다. 질량이 2배 이상인 화성과 비슷하다. 이것은 수성의 밀도가 많이 높은데 지표면과 질량 중심 사이 거리가 짧아서이다.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표면이 질량 중심과 가까우면 상대적으로 표면 중력이 강해진다. 수성을 이루는 구성 성분으로는 철이 64.13 %로 가장 많으며 니켈도 3.66 %로 지구의 2배나 된다. 모든 원소들이 다 존재하지만 수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수소는 0.4 ppm으로 지구의 1 % 수준으로 매우 적고 산소도 14.44 %다. 특이하게도 행성의 크기에 비해 핵의 지름이 수성 지름의 75 %인 3,600 km나 되고 맨틀은 600 km, 지각은 약 100 ~ 200 km의 두께를 가진다. 수성의 핵이 맨틀보다 비대한 이유는 수성이 형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에 수백 km 크기의 천체가 행성을 강타해 기존에 존재하던 맨틀의 대부분을 날려버리고 지금과 같은 얇은 맨틀만을 남기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류 학계의 추측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주로 철로 구성된 행성(소위 iron planet(철 행성))을 '수성형 행성'이라 부르기도 하며, 거대한 철 행성을 슈퍼 수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기 중에는 매우 소량의 원자들만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급적 분자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산소가 원자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다른 산소 원자와 마주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성의 대기 중에 포함된 원자가 서로 부딪힐 확률보다 원자가 지표면에 부딪힐 확률이 몇 배쯤 높을 정도로, 우주 공간보다 약간 많은 정도의 희박한 대기만이 존재한다. 그 구성은 수소, 헬륨, 산소, 나트륨, 칼슘 등이며 이 중 나트륨과 표면의 물질들로 인해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 노란색의 혜성처럼 근일점 기준 2,400만 km[7]의 긴 꼬리를 가진다. 수성의 꼬리는 1980년대부터 예상했으며 2001년에 발견된 사실이다.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수성 표면에는 수많은 운석이 충돌한 크레이터들이 거의 침식되지 않고 남아 있어 달의 표면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으로도 달 표면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 온실 효과로 열을 유지하거나 대기 순환으로 열을 수송하는 것도 희박한 대기로는 할 수 없어서, 최고 온도가 427 °C인 것과 달리 최저 온도는 -193 °C로 온도 차가 600 °C에 달한다. 초기 수성은 대기가 지금보다는 짙게 있었는데, 녹은 상태의 수성에서 증발한 물질들이 모여 기체 상태로 잠시 존재했던 것뿐이다. 정확히 2바퀴 공전하는 동안 3바퀴 자전하는 기묘한 주기[8](3:2 자전-공전 공명)를 가지고 있다. 대기가 거의 없고 자전 또한 느리기에 기온은 -183 ℃에서 430 ℃까지 변화한다. 과거에는 수성이 태양과 조석력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교과서에 적혀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레이더 관측으로 수성의 자전 속도를 직접 측정하기 전에는 수성이 동주기 자전을 한다는 추측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이다. 공전 궤도의 이심률이 꽤나 큰 편에 속하는지라 수성에서 관측하는 태양의 크기는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한다. 1 수성일을 기준으로, 수성의 적도상에서 태양의 겉보기 운동은 다음과 같다. 동쪽에서 태양이 뜬다. 관측자의 기준에서 천정(머리 꼭대기)에 태양이 접근하면서 크기가 점점 커진다. 천정 부근에서 멈추었다가 다시 돌아간다! 그 뒤 다시 서쪽으로 진로를 바꾼다. 서쪽으로 가면서 크기가 작아진다. 이런 운동을 보이는 이유는 수성의 자전 주기가 3번 지날 동안 수성 공전 주기 기준으로 2년이 지나기 때문. 높은 궤도 이심률로 인해 근일점 부근에서는 공전 각속도가 자전 각속도보다 빨라진다. 위도와 경도가 특정한 경우[9]에는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진 뒤 다시 뜬 다음, 다시 서쪽에서 진 후 다시 뜨고 지는 괴이한 현상을 볼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해 준 중요한 실례가 수성이다. 정확히는 수성의 타원 공전 궤도의 근일점, 즉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이 움직이는 현상. 100년에 근일점이 5,610초(1.5583도)만큼 움직인다. 천문 관측은 요하네스 케플러나 아이작 뉴턴의 시대부터 상상 이상으로 정확했기 때문에 현상 자체는 1800년대에 이미 알려졌다. 그러나 고전 역학으로는 5,567초만을 설명할 수 있었으며, 나머지 43초(0.01194도)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태양의 중력을 넣으면 놀랍게도 43초가 딱 튀어나온다는 사실이 일반 상대론을 우주적 규모로 검증해준 것. 사실 이 현상은 어느 행성에서나 일어나지만, 이심률이 너무 작아 거의 원과 같은 궤도를 돌면 관측이 힘들고, 명왕성처럼 이심률이 커도 태양에서 너무 멀면 근일점 이동하는 양이 너무 작아진다. 사실 천왕성 이후의 행성들은 발견된 지 오래되지 않아 쌓인 자료도 별로 없었고, 가장 가깝고 적당한 이심률을 지닌 수성은 최고로 적합한 행성이었던 것.